석유자본의 거대한 파워(08.09.29)

국민에너지주식회사 2019.02.20 19:03 조회 11

    

20089월 언론에 이태복 이사장님이 기고했던 글입니다.

      

이라크전이 석유 때문이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석유가 근현대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되고, 새삼 놀랄 때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이 석유문제는 한국경제와 국민들의 생활에 단순히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 이상의 세계경제와 국제정치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에는 과거의 세븐시스터즈이외의 세력들이 등장했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세계경제와 각국 국민들의 생활이 흔들리고 있다. 이 새로운 강자는 초국적의 투기자본과 러시아, 남미 등 신흥산유국들이다. 이들 중 투기자본의 준동은 도를 넘어 각국 기존 경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월가의 파산과 미국경제의 위기가 대표적이다. 이 위기의 주범이 파생금융상품이고, 이 자본의 뿌리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오일머니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칠 파장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그동안 석유거래의 절반 정도를 선물, 스왑,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거래로 해왔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천문학적인 노다지를 캐는 머니게임을 해왔다. 그 결과는 150달러까지 폭등한 유가였다. 그 대가로 한국과 같은 비산유국들은 경제침체와 무역적자에 따른 환율변동으로 엄청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런 투기자금의 준동이 미국경제까지 흔들자, 뒤늦게 미국정부가 투기자금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이미 판은 기울고 난 뒤였다. 최고수익을 올리고 떠난 이후였던 것이다. 유가는 다시 100달러 시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투기자금의 준동은 남미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의 국부를 털어먹더니 끝내 본거지에서까지 포식을 하여 1929년 대공황 이후의 최대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간 국제석유시장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은 요지부동이다. 국제유가가 폭등할 때는 재빠르게 국내판매가를 올렸던 정유사들이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는데도 약간 인하했을 뿐 여전히 1,700원대의 판매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도깨비같은 국내판매가의 비밀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국제유가가 올랐으니 국내 기름값이 뛴다는 언론의 보도를 그냥 믿는다. 한발 더 나아가서 국제유가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석유회사나 정부는 친절하게 싱가포르 거래가격이라고 말한다. ‘싱가포르 거래가격? ~ 그곳이 석유라는 상품이 거래되는 곳인가보다라고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석유는 전세계 현물석유판매량의 1/10도 되지 않는다. 시카고나 런던 등 세계의 많은 석유거래소가 있는데, 왜 하필 싱가포르일까? 한국이 아세아권에 속해있으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차피 싱가포르석유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비싼 가격으로 국내소비가격을 정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싱가포르면 어떻고 동경이면 어떤가? 현재 석유판매의 2/3은 파생상품거래이고, 1/3만 현물거래인데, 싱가포르는 그 현물거래의 1/10밖에 되지 않으니 어차피 객관적인 거래가격 기준이 될 수 없는 거였다.


국제유가 떨어져도, 국내시장은 요지부동


우리나라는 1차오일쇼크가 있었던 1970년대 초반 이래 공시가격제도를 운영했다. 석유제품의 공공성을 감안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중요도에 비춰볼 때 철저한 가격통제정책을 추진했고, 법령도 최고가와 최저가를 정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런 정책이 석유공사를 민영화하여 재벌에 넘기고 IMF 위기가 닥쳐오자 규제폐지를 명분으로 가격고시제를 폐지하고 자율에 맡겼던 것이다. IMF의 요구를 빙자해 재벌의 폭리를 가격자율화로 보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정부 경제팀이 정유사업을 개방한 것도 아니었다. 기존의 독과점 구조를 유지한채 가격자율화를 해줬으니, 이들 재벌기업과 외국의 원유자본은 각기 매년 1조원이 넘는 황금의 노다지를 캘 수 있었던 것이다.


노태우정권은 정유산업을 독점대기업에 넘겨주고 국민의 정부는 시장자율화라는 미명으로 폭리를 보장해줬고, 참여정부는 국민의 곡소리를 외면하고 고유가시대의 고통을 국민들에게만 전담시키고 말았다. 이 폭리구조를 바꿀 수 있는 어떤 정치세력도 언론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이제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쳤던 국제석유시장동향과 국내원유도입가, 정제과정, 유통, 세금 문제 가운데 정부당국은 유통과정에 모든 문제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물어왔다. 하지만 전국주유소가격이 공개되고 주유소 독점공급표시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거품이 제거되고 공정한 거래가 보장될 수 있는가. 석유시장은 완전한 독점시장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다. 정부당국이 최소한 국민들을 기만하지 않으려면 정유산업의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신규진입을 철저하게 가로막으면서 시장자율을 얘기하는 것은 난센스다.


따라서 석유같은 공공재, 유한한 자원은 폭리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100% 수입원유를 정제해 파는 구조는 공공성을 확보하기가 쉽다. 그런 면에서 원유의 수입과 정제과정에 공기업의 역할이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기름에 붙어 있는 각종 세금은 세계 최고수준이고 전형적인 간접세이다. 종부세처럼 극소수계층의 세부담은 덜어주려고 애쓰면서 왜 모든 국민들이 기름을 넣을 때마다 덤터기를 쓰고 있는 기름에 붙어 있는 세금은 낮추려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그 세금은 국민들이 내는지조차 잘 모르고 내는 세금이어서 그런가. 자신들의 꿀단지를 조금이라도 열어놓고 나서 국민들에게 참아달라는 염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